공정한 채용과 조직 윤리
이번 호에서는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의 장영균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정한 채용과 조직의 윤리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Q1. 채용비리와 관련된 뉴스 기사가 종종 보이곤 하는데 기업들이 채용비리를 방지하고 공정채용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기업에 어떤 의의가 있을까요?
A1.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 행동이 기업 행동의 기준값(default)이 되어 가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채용 관행에서도 공정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공정채용의 대명사로 불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하고 있고, 채용 담당자의 불공정한 의사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당자 인식 교육도 폭넓게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뉴스에 “채용 스캔들” 기사는 사라지지 않고 있고, 공정채용을 위한 구체적 실무 지침까지 갖춘 기업은 전체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1). 따라서 기업들은 공정채용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공정채용은 기업의 윤리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관행일 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제고의 중요한 수단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공정채용을 종종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다양성 포용 정책과 동일시하는 실무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공정채용의 논의에 포함될 만한 의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공정채용의 본질은 기업이 원하는 우수 인재를 “합리적이고 정확하게” 채용할 수 있게 해주어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둘째, 채용의 공정성은 개별 기업의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만 확보된다는 점입니다. 채용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은 자신의 서류가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고 믿거나, 객관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탈락되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채용 공정성은 의도적인 노력없이 쉽사리 확보되기 어려우며, 개별 기업들은 채용 공정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경쟁이 일상”인 인재들은 공정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에게 채용 공정성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셋째, 기업을 둘러싼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과거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소위 이해관계자 행동주의(stakeholder activism)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채용은 외부 인력이 내부 구성원으로 전환되기 전까지의 프로세스이므로, 채용은 본질적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채용 상에서 공정성이 침해된 상황이 발생하면 외부 이해관계자인 채용 후보자들은 기업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리고 그 경향성은 점차 강해지고 있으며, 이는 해당 기업에게 궁극적인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불공정한 채용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은 악성 고객이 되거나, 기업의 평판을 부정적으로 리뷰함으로써 향후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안겨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Q2. 공정채용관행을 확립하고자 하는 기업이 특히,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2. 공정채용 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기업은 다음 세 가지를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온전한 공정채용 제도를 수립하고자 한다면, 채용 전체 여정(Candidate Journey라고 표현함)에서 제도적 누수가 없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용 여정의 세부 단계를 흐름 순으로 배치했을 때,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위반 가능성들을 확실하게 점검할 수 있게 됩니다. 가령, 채용 공고 단계에서 직무 수행과 무관한 이유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합격자 결정에 관련한 우대사항이나 기준을 명확히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면접 단계에서 면접관의 평가 오류로 인해 불공정한 면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공정성 제고를 위해 면접관 선발과정과 사전 교육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공정 채용을 온전하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채용 후보자 입장에서 그들이 경험하게 될 채용 프로세스의 전반의 영역을 빠짐없이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한 영역이라도 불공정이 경험되면 전체 채용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공정채용을 통해 기업이 실제로 우수 인재가 확보되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고, 이를 채용 담당자들과 명확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정채용 관행이 수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실제 채용 현장에서는 언제든지 채용 담당자들의 주관이나 편향된 행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도는 사람의 행동을 100% 규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채용 실무자 행동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당위성” 보다는 “실효성”을 설득 논리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채용은 윤리적이기 때문에 이행해야 한다”는 당위론 보다는 “공정채용은 우수인재를 뽑는 확실히 입증된 방법이다”라는 논리가 현장 실무자에게는 보다 설득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정채용이 우수 인재 확보의 확실한 방법이 되는지를 확인하여 채용 실무진들에게 명확히 공유된다면, 실무자들은 채용 현장에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자율적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공정채용에 관한 경영진의 이행 의지가 대내외적으로 천명되어야 합니다. 경영진의 이행 의지는 일종의 신호(signal) 역할을 하게 되는데, 내부적으로는 채용과 관련된 전사의 업무 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들고, 채용 실무자들은 채용의 공정함에 대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가지게 만듭니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경영진의 공정 채용 천명이 일종의 자기 규율(self-regulation)역할을 하게 됩니다. 경영진은 자신의 약속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되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공정채용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출처 : 청렴윤리경영브리프스/2024년 4월호]